나를 건너는 중이다/김덕진
몸이 아파야 잠을 잘 수 있는 있는 날이 있다
몸이 성한 날은
오히려 영혼이 허기져 마음이 추울 때가 많다
침묵하는 돌의 속울음을 듣기위해 내가 더 깊어져야 하는 이유다
몸속의 윗물과 아랫물이 섞이지 못하고 소용돌이치는 날
뼈마디마다 찾아오는 아픔으로
나는 붉은 몸살을 소낙비처럼 흠뻑 맞는다
비로소 순해지는 마음의 모서리,
그곳에서 새싹이 환하게 싹틀 수 있는 것은
목마르면 눈물을 핥을 수 있고 내 생이 마감되더라도 슬프지 않기 때문이다
몸에 누적된 맹점들이 이제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머리감은 태양이 몸을 달구는 낮 동안에도
하늘에서 결코 사라질 수 없는 별들이
계속해서 점자의 문장으로 말을 건다는 사실을 오래 잊고 살았다
억지로 짜 맞춘 나의 알리바이를 한 움큼 오려낸다
이제부터 영원 쪽으로 한발자국 기운 나를 읽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