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스펙트럼/김덕진
죽처럼 풀어진 봄 햇살이 널렸다
날숨을 크게 키운 바람의 허밍에
창문이 온몸으로 화답한다
창문의 전율로 상형문자 같은 희미한 이름들이 튀어 나온다
자작나무속을 빠져나온 바람의 파편들이
진저리치는 창문의 진폭을
창백한 울음으로 조율하여 세상에 던져 놓는 이유는
누구든지 흔들린 진폭만큼
우주의 깊이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어둠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목소리를 나르던 손이 몹시 그리운 날에
심장에 살얼음 끼는 소리 들으며 깜깜한 절벽만 일으켜 세우고 말았다
머리와 가슴이 서로 등을 대고 걸었다
매번 심장은 목소리의 스펙트럼에 얼마나 취약한가
땅에 누운 목소리에 새순이 돋는다면
벽에 갇힌 이름표의 혀들이 먼 자궁속의 고요를 노래할 텐데
살얼음 낀 심장은
지워진 발자국에서 너무 멀리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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