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벽화/김덕진
바람도 표정이 있는데
물고기에 눈썹이 없다는 것은 조물주의 의도인가
아니면 실수인가
육지는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들의 무덤,
물고기에 눈썹이 있다면
불고기들은 물 밖에서 생의 마지막 몸부림을 눈썹으로 말할 것 같았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육지로 올라온 물고기들은 여전히 아가미로 숨을 쉬며
은하의 강 같은 벽을 따라 헤엄치고 있었다
나도 한때는 머리와 가슴 사이가 점점 멀어져
아가미로 숨을 쉰 적 있다
차가운 햇살에 내 아가미의 핏물이 마르는 동안
거친 세상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궁으로 돌아갈 일어버린 지도를 찾듯 내 영혼의 하구는 흘려버린 꿈을
몇 번이나 뒤적였다
스스로 제 몸을 때려 시퍼렇게 멍든 바다의 아픔을 물고기들은 기억한다
그러나 왜 바다가 제 몸을 때렸는지는 알지 못한다
벽 속에서 노숙하는 물고기 떼,
아픔을 표현할 수 있는 눈썹이 없다는 게 얼마나 큰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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