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벽화

김덕진요셉 2025. 5. 14. 20:16

물고기 벽화/김덕진

 

바람도 표정이 있는데

물고기에 눈썹이 없다는 것은 조물주의 의도인가

아니면 실수인가

육지는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들의 무덤,

물고기에 눈썹이 있다면

불고기들은 물 밖에서 생의 마지막 몸부림을 눈썹으로 말할 것 같았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육지로 올라온 물고기들은 여전히 아가미로 숨을 쉬며

은하의 강 같은 벽을 따라 헤엄치고 있었다

 

나도 한때는 머리와 가슴 사이가 점점 멀어져

아가미로 숨을 쉰 적 있다

차가운 햇살에 내 아가미의 핏물이 마르는 동안

거친 세상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궁으로 돌아갈 일어버린 지도를 찾듯 내 영혼의 하구는 흘려버린 꿈을

몇 번이나 뒤적였다

 

스스로 제 몸을 때려 시퍼렇게 멍든 바다의 아픔을 물고기들은 기억한다

그러나 왜 바다가 제 몸을 때렸는지는 알지 못한다

 

벽 속에서 노숙하는 물고기 떼,

아픔을 표현할 수 있는 눈썹이 없다는 게 얼마나 큰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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