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화 교장 가는 길

김덕진요셉 2025. 5. 31. 19:50

황화 교장 가는 길/김덕진

 

구령에 맞춰 내딛는 훈련병들의 발걸음이

서부영화 같은 황톳빛 흙먼지를 일으켰다

한때 아버지가 갈증 난 황톳길에서

노을 묻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걸었을 그 길을 그때는 내가 걸었다

황화 교장으로 이어지는 길옆 과수원엔 가을 햇살에 벌겋게 데인 사과들이

마지막 성장통을 앓고 있었다

나의 시선은 철모 쓴 앞사람의 뒤통수를 향하고

입에서는 악에 받친 군가가 튀어나왔지만

나도 모르게 내 입속에서 자란 촉수는 해와 달을 수없이 삼킨

사과 속 우물물을 들이켰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여기서 수확한 저 사과를 먹는 사람들은

혹독한 훈련을 받은 목소리를 삼키고 자란 사과라서 세상의 어떤 고통에도

강한 내성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붉은 노을을 담은 둥근 무게로 마지막 사과가 떨어질 때까지 뒤척여야 하는

나뭇가지의 전율, 생에 몰두한 시간을 풀고 있었다

 

때때로 바람의 가시에 찔리는 나의 뼈

내 영혼의 질량은 얼마나 되어야 사과나무처럼 고개를 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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