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화 교장 가는 길/김덕진
구령에 맞춰 내딛는 훈련병들의 발걸음이
서부영화 같은 황톳빛 흙먼지를 일으켰다
한때 아버지가 갈증 난 황톳길에서
노을 묻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걸었을 그 길을 그때는 내가 걸었다
황화 교장으로 이어지는 길옆 과수원엔 가을 햇살에 벌겋게 데인 사과들이
마지막 성장통을 앓고 있었다
나의 시선은 철모 쓴 앞사람의 뒤통수를 향하고
입에서는 악에 받친 군가가 튀어나왔지만
나도 모르게 내 입속에서 자란 촉수는 해와 달을 수없이 삼킨
사과 속 우물물을 들이켰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여기서 수확한 저 사과를 먹는 사람들은
혹독한 훈련을 받은 목소리를 삼키고 자란 사과라서 세상의 어떤 고통에도
강한 내성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붉은 노을을 담은 둥근 무게로 마지막 사과가 떨어질 때까지 뒤척여야 하는
나뭇가지의 전율, 생에 몰두한 시간을 풀고 있었다
때때로 바람의 가시에 찔리는 나의 뼈
내 영혼의 질량은 얼마나 되어야 사과나무처럼 고개를 숙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