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틀너머

김덕진요셉 2019. 12. 8. 19:52

창틀너머/김덕진

 

도시를 적셨던 겨울비는

또 다른 소멸의 자유를 품고 미래 쪽으로 갔다

음식점에 두고 온 낡은 우산생각이

불현듯 펴지는 비 개인 오후

기울어진 허공을 천공하는 전투기들의 쇳소리가 무성히 번성한다

지상의 천사들도 낮잠을 설쳤다

허공에 매달린 무중력 방의 창문으로 철공소에서 흘린

망치의 지친 독백이 넘어온다

얼마 전에 개통한 서부우회도로는

바람을 찢는 차량의 질주 음을 파도소리처럼 낳는다

밤낮 감당해야할 몫으로 자리 잡은

무거운 메탈릭 사운드

그림자가 거꾸로 서서 부푸는 내 방안에 날마다 가득 찬다

창문틀을 건널까 망설이는 헤비메탈 록 뮤직에서 쇠 냄새가 난다

용광로 속 재생을 꿈꾸는 딱딱한 감각,

소리 나는 것은 아무 잘못이 없다

작은 도시의 하늘에 주홍빛깔 녹물이 번지고 있다

그러나 하늘에 그림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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